노면에 직접 맞닿은 타이어가 자동차의 주행 성능을 결정한다. 한국타이어는 타이어 내부에 복합 센서를 장착해 다양한 정보를 수집 · 분석하는 인텔리전트 타이어(Intelligent Tire)를 연구하고 있다. 타이어가 제공한 데이터를 토대로 더욱 안전한 주행 및 차량 관리를 가능케 하는 기술이다.

더 똑똑하게, 타이어의 디지털 진화

자동차의 움직임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복잡하다. 이러한 자동차의 운동성은 딱딱한 지면 위를 구르는 네 개의 타이어에 의해 구현된다. 즉 모든 동역학적 특성을 고스란히 타이어가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타이어는 드라이빙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부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금 더 극한의 무대로 시선을 옮겨보자.

모터 스포츠 레이스에서는 타이어의 접지력을 오래 유지시켜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모터스포츠 팀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데이터 중 하나가 바로 타이어 관련 정보다. 어느 정도의 공기압을 유지하고 있으며, 표면 온도는 어떠한지, 얼마나 마모됐는지, 실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해 이를 타이어 매니지먼트, 나아가 레이스 전략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레이스카만큼은 아니지만 일상의 자동차도 이와 유사한 타이어 데이터 수집 장치를 달고 있다. 오늘날 의무적으로 부착하는 TPMS가 바로 그것이다. 타이어 압력 감지 시스템 (Tire Pressure Monitoring System)은 말 그대로 타이어 내부의 공기압을 체크해 기준치 이하로 떨어졌을 때 즉각 경고하는 안전 장치로, 타이어 펑처Puncture로 인한 사고나 위급 상황을 예방한다.

타이어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알아내고 분석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국타이어는 마치 레이스카의 텔레메트리(Telemetry) 정보를 수집하는 것처럼 승용차에서도 타이어에 관한 더 많은 정보와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더 똑똑한 타이어, 인텔리전트 타이어를 만들기 위해서다.

Q. ‘인텔리전트 타이어’라는 개념은 언제부터 시작됐나?

생각보다 일찍 아이디어를 정립했다. 2004년 당시 국책과제사업 중 하나로 지정되어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했다. 자동차 및 전자 회사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하였고, 현재는 이와 관련한 선진 기술을 확보한 여러 해외 업체와 교류하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Q. 한국타이어는 주로 어떤 분야의 연구에 집중하고 있나?

과거에는 이런 종류의 기술을 개발한다면 디바이스와 센서 같은 물리적 장치에 대한 연구가 주력이었다. 지금은 물리적 장치보다는 어떤 장치로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그러한 1차적인 정보 및 정보를 분석한 2차적인 데이터를 통해 우리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를 더 많이 하고 있다.

Q. 인텔리전트 타이어라는 개념이 아직은 생소하다. 조금 더 설명해준다면?

공기압을 측정하는 TMPS도 사실 인텔리전트 타이어의 범주에 들어간다. 타이어에 센서를 포함한 전자기기를 부착해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미 있는 데이터로 가공해 제공하거나 서비스로 전환시키는 포괄적인 개념이 바로 인텔리전트 타이어다. 안전 향상은 인텔리전트 타이어가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목표고. 주행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수집, 분석해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인 주행 환경을 만들어가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인텔리전트 타이어다.

Q. 타이어에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레이스 전략에 활용하는 모터스포츠 분야에서도 인텔리전트 타이어를 반가워할 것 같다.

그렇다. 한국타이어가 모터스포츠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만큼 우리 연구 분야 중 하나가 모터스포츠다. 모터스포츠 부문 연구원과 함께 개발한 디바이스를 탑재한 트랙 솔루션(Track Solution)을 조만간 론칭할 계획이다. 트랙 솔루션은 기본적으로 공기압과 온도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한다. 피트인 타이밍을 좀 더 정확히 판단하거나, 또는 레이스 디브리핑에 적용해 다음 레이스의 타이어 매니지먼트 전략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Q. 인텔리전트 타이어는 어떻게 데이터를 수집하나?

현재 밸브 일체형 TPMS는 타이어 림에 센서를 삽입해 공기압을 측정한다. 인텔리전트 타이어 디바이스의 기본 원리는 TPMS와 동일하다. 다만 기압뿐 아니라 온도, 하중, 가속도 등 더 많은 센서를 포함한다는 것, 그리고 부착 위치가 타이어의 안쪽 바닥(Inner Liner)이라는 것이 다르다. 인텔리전트 센서는 타이어의 물리적 변형 없이 정보를 얻는데, 회전이 감지되면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하고 ECU*에 연결된 수신기에 무선RF 전송한다. 수집할 수 있는 정보는 꽤 다양하다. 공기압과 함께 온도, 회전수를 시작으로 타이어에 전달되는 하중, 미끄러짐과 쏠림, 트레드의 마모 상태 등도 알아낼 수 있다.

Q. 신기하다. 그 외에도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더 있나?

물론이다. 1차적으로 수집한 정보를 가공하거나 분석해 2차적인 데이터를 얻는 것이다. 가령 타이어가 닿아 있는 지면의 형태나 상황을 분석할 수 있다. 노면이 비에 젖었는지 눈이 쌓여 있는지를 감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제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마찰계수도 체크할 수 있다. 또한 헬스(Health) 모니터링을 통해 현재 트레드 마모 상태를 비롯한 타이어의 손상 여부도 판단해 더 안전한 주행 상태를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Q. 인텔리전트 타이어를 통해 수집된 정보가 자동차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나?

우리는 타이어를 연구하기 때문에 무게의 변화가 마찰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금 더 민감하게 다룬다. 인텔리전트 타이어에서 얻은 정보는 변화한 상태를 반영한 실시간 정보다. 타이어에 걸린 하중에 따른 마찰계수의 변화라든가 또는 네 바퀴에서 각각 얻은 정보로 무게중심 값을 분석해 어떤 동역학적 특성을 보일 것인지 예측하고 차량의 제어 시스템과 소통할 수 있다.

Q. 그렇다면 ESC* 같은 주행 보조 장치와 연동하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예를 들어 요즘 자동차는 휠 스피드 센서와 연동해 특정 타이어에 휠 스핀이 일어날 경우 다른 타이어에 회전수차를 보정한다. 인텔리전트 타이어는 조금 더 정확한 정보를 보강해줄 수 있다. 또, 자율주행차의 경우 사람이 육안으로 확인하고 운전에 개입하지 않는다면 빙판길과 같은 상황에서 미리 판단하고 대처하기 어렵다. 이런 경우 인텔리전트 타이어가 노면의 상태를 읽고 적절한 대응을 위한 정보를 선제적으로 전달한다면 훨씬 더 안전한 주행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센서나 레이더/라이다 기술이 좋아진다고 하더라도 결국 시작부터 종말 단계까지 노면을 읽어 들이는 것은 오로지 타이어다.

Q. 센서가 노면을 읽는다는 개념이 생소하다.

타이어가 노면에 닿아 있을 때 온전한 원형이 아니라 무게에 눌려 아래가 살짝 찌그러진 형태가 된다. 이 상태에서 회전을 시작하면 일정한 규칙을 지닌 파형을 그린다. 주행 시 타이어의 회전은 입체적인 움직임이니 X, Y, Z 방향으로 파형이 발생하고 가속, 제동, 선회 시에는 각각의 고유한 파형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자갈밭을 지나간다고 하면 진동이 무수히 그려지고, 미끄러운 자갈을 밟고 가면서 지속적으로 미세한 휠 스핀이 일어난다. 이렇게 발생하는 특유의 파동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노면 상태를 구분한다.

Q. 노면 분석의 범위는 어느 정도고 얼마나 빠른가?

거의 모든 종류의 노면 분석이 가능하다. 드라이, 웨트, 스노, 아이스, 그래블을 포함해 아스팔트와 콘크리트까지 전부 판독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수집된 정보를 분석해 자동차의 ECU에 전송하기까지는 약 1초가 소요된다. 데이터 전송에 시간이 걸린다기보다는 정보를 수집하는 시간, 즉 타이어가 노면을 충분히 읽어 들이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텔리전트 타이어는 기존 TPMS의 공기압뿐 아니라 훨씬 더 광범위한 정보를 전송한다. 타이어가 아니라면 수집할 수 없는 정보이기에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Q. 자동차 제조사도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많은 회사가 인텔리전트 타이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테슬라가 대표적이고 포르쉐, 메르세데스-벤츠/AMG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Q. 하이 퍼포먼스 전문 브랜드도 관심을 갖는 이유가 궁금하다.

자동차가 초고속 영역에 도달하면 TPMS 센서가 원심력에 의해서 꺾이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그렇게 되면 정확한 공기압을 측정할 수 없다. 이런 문제는 장기적으로 위협 요소가 될 수 있으니 타이어 내부에 부착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기를 원한다. 또한 그들은 더 많은 타이어 정보를 수집해 빠르고 강력하면서도 안전한 드라이빙 환경을 만들고 싶어한다. 거기에 첨단을 추구한다는 이미지도 더할 수 있어서 관심을 보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Q. 상용차 분야에서도 꽤 많은 관심을 보일 것 같다.

인텔리전트 타이어는 상용차 운영 관점에서도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가령 타이어가 하중을 측정할 수 있으니 과적에 따른 손실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과속에 의한 재정적 손실을 예방할 수도 있다. 타이어가 파손되면 시간과 비용 손실이 발생할 텐데, 시간은 결국 돈이기 때문에 타이어 매니지먼트가 비용 매니지먼트로 즉각 이어지는 물류 회사에 특히 효용이 크다.